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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미현 연구위원 세미나 참석기: Dr. Anand seminar in Pune, India2007-10-16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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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현 연구위원이 지난 9월 인도 Pune에서 열린 Dr. Sunil Anand의 세미나에 참석하고 귀국하였습니다.

Dr. Sunil Anand는, 인도의 저명한 동종요법 의사 Dr. Rajan Sankaran의 동료로서 특히 소아에 대한 동종요법의 권위자로 유명합니다.

이미현 연구위원의 진솔한 경험을 담은 세미나 참석기를 아래에 소개합니다.
  
* 이미현 연구위원은 이비인후과 전문의로 최근에 일산에서, 이비인후과와 동종요법 진료를 시작하였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세미나 참석기: Dr. Sunil Anand Seminar in Pune, India

동종요법에 관한 한 아직 거의 불모지에 가까운 한국에, 최근 2년간 Dr Sankaran 을 비롯하여 Dr Rashmi, Dr Dinesh, Dr Paresh 등 많은 인도 동종요법 의사들이 서울에서 세미나를 열면서, 그간 김영구 교수님이 정성 들여 심고 가꾸어 오신 씨앗이 그 힘찬 생명력을 보이며 척박한 땅을 뚫고 싹을 틔워 하늘을 향하여 뻗어나가는 듯 합니다. 목동에 사무실을 열었지만 생각만큼 활성화되지 못하여 고민하고 좌절한 것도 사실입니다. 답답한 마음에 이비인후과 아르바이트를 몇 개월하고 나니 다시금 동종요법의 귀중함이 절실해지더군요.

하나의 문이 닫히니 또 다른 문이 열린다라는 말처럼 사무실을 정리하고 몇 일 지나지 않아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의정부에서 병원을 하며 일산에 요가원을 운영하고 있는 소아과 선생님인데 병원도 요가원 옆으로 이전하면서 같이 일할 이비인후과 선생을 찾고 있던 중 저와 연결이 된 것입니다.

이미 수 개월 전부터 인도에 가서 심신도 충전하고 공부도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이 새로운 사건이 제 발걸음을 푸나로 향하게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Dr Anand 는 소아 환자 치료로 이름이 나 있기 때문입니다. 부친이 인도 소아과 학회에서 아주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 유명한 소아과 의사시다 보니 자의 반 타의 반 소아 환자가 더 많이 찾아온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봄베이에서 차로 약 4 시간 정도 걸리는 푸나는, 고원 지대라 봄베이보다 연간 평균 기온이 낮고 공해가 심하지 않아 갑부들의 별장이 많은 일종의 휴양 도시로 알려져 있으며, 유명 대학이 다수 자리잡고 있어 교육 도시라 불리기도 합니다. 또한 남부 도시 방갈로어와 더불어 인도의 실리콘 벨리를 꿈꾸는 IT 도시이기도 하지요. 저에게 푸나는 1997, 1998 년에 이어 거의 10년 만이었습니다.

2004년 겨울 봄베이에서 Dr Anand 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그분의 가르침을 받는다 생각하니 푸나가 그 동안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꽤 흥분 되었습니다. 한의사인 제 고등학교 동창 친구 한 명이 인도에 한번 가보는 것이 꿈이었다며 제 여행에 동참하였습니다. 제 세미나가 진행되는 주중에는 푸나에 위치한 오쇼 아쉬람에 묵으면서 명상도 하고 여러 가지 테라피를 받기로 했습니다.

2007년 9월 3일, 타이항공을 타고 봄베이에 도착하니 이미 밤 10시가 넘어있었습니다. Dr Anand 의 어시스턴트 중 가장 고참인 Dr Abhay 가 직접 공항에 마중 나오기로 했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서인지 차만 보냈더군요. 공항 출입구로 나가면서 저도 모르게 긴장되었습니다. 이미 일곱 차례나 인도를 방문했지만 예측 불허의 상황들을 수 차례 경험해서인지 의식하기도 전에 근육들이 먼저 경직되었습니다. 소음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name card 로 거의 아수라장이 된 출국장에서 과연 내 이름을 찾을 수 있을까 당황했지만 두어 차례 왕복한 끝에 겨우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기사의 온화한 미소를 보니 마음이 탁 놓이더군요.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니 휴대폰을 제게 넘겨주었습니다.  Dr Abhay 였습니다. 환영의 메시지와 함께 푸나까지 잘 데려다 줄 것이니 걱정말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알고 보니 그 기사는 제가 여자인 것에 당황하여 전화를 한 것이었습니다. 서로 메일로만 연락을 취했으니 제 이름으로는 성별을 구분할 수 없었던 것이지요. 앞으로는 제 인상착의와 성별을 사전에 언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10시간 이상 비행기에 시달린 직후 또다시 차를 탔으니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거의 기력이 바닥나 있었습니다. 이튿날 아침 식사를 하러 내려갔습니다. 솔직히 처음 이 호텔 이름을 접했을 때 좀 이상했습니다. 인도에, 그것도 이 한적한 도시 푸나에 Beverly Hills Hotel 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보아도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1층에 위치한 식당 이름은 Harly Davison Café… 거기서 미국 Colorado 에서 온 homeopath Marian 을 만났습니다. 한눈에 서로를 친구로 받아들였다고 할까요. 그 후 2주 동안 그녀와 단짝이 되어 외롭지 않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제가 아플 때 언니처럼 자상하게 이것 저것 챙겨주기도 했습니다.

친구를 아쉬람에 보내고 마리안과 저는 릭샤를 타고 Dr Anand’s Clinic 으로 갔습니다. 아담하고 깔끔한 실내장식이 돋보였는데 부인이 화가로 그곳에서 토요일마다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했습니다. 안에는 호주에서 온 Martha 와 Dr Anand 의 조수 2명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파키스탄과 스리랑카에서 오기로 한 20명이 비자와 비용 등에 문제가 생겨 세미나 직전에 참석을 취소했고 참석자 수가 너무 적어 세미나 자체를 취소할 뻔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사실 득이 되기도 실이 되기도 했는데, 득은 소수 정예로 거의 개인 교습 같이 질문, 토론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고, 실은 분위기가 뭔가 맥 빠진 듯 진행이 조직적이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그 다음주 월요일 푸나에서 꽤 떨어진 곳에 위치한 Dr Abhay 의 병원에 갔었는데 나름대로는 인도의 시골을 보여주려는 환대였지만 차라리 그 시간에 case 를 더 봤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저의 심정이었습니다. 세미나는 주로 오전에는 live case, 점심 식사 후에는 video case 를 보았습니다. 여전히 영어는 어쩔 수 없는 장벽이더군요. 인도식 영어에 이제 어느 정도 적응되었다 생각했지만 대본이 없다보니 중요 단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엄청난 집중을 해야 했습니다. 저만 힘든 줄 알았는데 native 인 마리안도 못 알아듣겠다고 불평을 해서 약간 위안은 되었지만 이미 마음은 상처를 입은 뒤였습니다.

첫 live case 는 8개월된 남자 아기였습니다. 말을 안하니 더 쉬워야 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말 못하는 아이들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또 다른 눈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첫 case 는 거의 감을 잡지 못했습니다. 어느 kingdom 에 속하는지조차 파악이 안되어 정말 기가 죽더군요. Dr Anand 는 아주 자신감 넘치며 처방을 내렸고 왜 그 약으로 결정을 했는지 설명해주었지만 여전히 얼떨떨 했습니다. 앞으로 계속 이러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 다음날이 되니 조금씩 귀가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놓치는 문장이 무척 많았지만 sensation 를 찾기 위해 환자가 하는 말을 다 알아들어야 하는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몇 일 후 live case 에 동종요법 의사가 나왔습니다. 워낙 말을 빨리 해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아주 흥미로운 Falcon case 였습니다. 그렇게 하루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Remedy 를 알 수 있기도, 발음 때문에 case 자체를 거의 놓친 경우도 있었습니다. 환자들이 어떻게 그렇게 sensation 을 확실하게 말해주는지 역시 case taking skill 의 내공이 느껴졌습니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Dr Abhay 가 세미나 일정을 정확히 알려주지 않아 정말 중요한 마지막 2일간의 세미나를 놓쳤다는 것입니다. 비행기표를 다시 바꾸기가 너무 힘들어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만 여전히 진행상 체계가 없다는 생각에 섭섭했고 우리 역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제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토요일은 인도 동종요법 의사들 50여명과 같이 세미나를 가졌습니다. 사진은 세미나가 열렸던 병원입니다. 미국 건축가가 설계한 독특한 건물로 아유르베다 의사가 건물주인데 딸과 사위를 포함하여 5명의 동종요법 의사가 있으며 전세계에서 치료받으러 온다고 합니다. 그날 밤 비행기라 오전 세션만 듣고 떠나야 했습니다. Dr Anand 가 “Subjective Homeopathy” 에 대해 강의를 시작했지만 얼마 듣지 못하고 왔기에 정확히 무엇을 말하려 하였는지 지금도 궁금하기만 합니다. 마지막 사진에 Dr Anand 부부와 제 미국 친구 마리안이 보입니다.

Dr Anand 는 한국에서 원한다면 내년쯤 강의하러 올 수 있다며 헤어짐을 서운해 하셨고 저 역시 세미나를 마무리하지 못해 떠나는 발걸음이 무거웠지만 서울에서 다시 강의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에 작별의 악수를 힘차게 했습니다. 되돌아 보면 푸나까지는 오가는 것만으로도 정말 힘들었지만 좋은 선생님들과 친구들, 그리고 알찬 case 들이 있었기에 재미있었습니다. 내년 서울에서 Dr Anand 의 소아 증례들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와 인연이 맺어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면서 부족한 글을 마치겠습니다. (이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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